'힙당동' 뜨자…찬밥 된 신당동 떡볶이타운

입력 2023-06-05 18:10   수정 2023-06-13 16:27


“10년 전 저녁 장사할 땐 사람이 파도처럼 몰려왔는데 요새는 그런 모습을 볼 수가 없네요.”(서울 신당동 떡볶이타운 A점포 15년차 주차 관리 직원 박모씨)

1953년 서울 신당동에 문을 연 ‘마복림떡볶이’를 필두로 즉석떡볶이 대중화를 이끈 신당동 ‘떡볶이타운’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배달 문화가 보편화된 데다 인근에 ‘힙당동’ 상권(신당역 사거리 북동쪽 인기지역)으로 젊은 고객이 몰리면서 떡볶이타운을 찾는 인구가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손님 뚝 줄어든 떡볶이타운
5일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떡볶이타운이 속한 ‘신당 미래유산 먹거리 골목형 상가’ 내 분식전문점의 전체 매출은 2017년 4분기 21억2365만원에서 2022년 4분기 20억8803만원으로 줄었다. 매출 건수도 같은 기간 9만7391건에서 7만9408건으로 쪼그라들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음식 배달이 보편화한 데다 떡볶이를 즐길 수 있는 프랜차이즈 등이 많아진 영향이 크다. 서울 시내에 있는 김밥 및 간이음식점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통계청 기준)는 2018년 2444개에서 2021년 3264개로 늘었다.

지난 3일 토요일 오후 6시께 방문한 신당 떡볶이타운은 가게 11곳 중 2곳(마복림떡볶이, 우정)을 제외하곤 테이블이 절반도 안 채워져 있었다. 이 중 3곳은 텅 비어 있었다.

김길자 신당미래유산 먹거리골목상가 상인회 대표는 “코로나 전에는 평일에도 손님이 꾸준히 있었는데 코로나 때 매출이 한 번 꺾이더니 이후 불경기가 시작되면서 사실상 주말 장사만 되는 정도”라고 푸념했다. 김동환 마복림떡볶이 운영 실장은 “가게 매출이 작년의 3분의 2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2011년 창업가 마복림 씨가 타계하면서 아들과 며느리가 가업을 물려받았지만 음식 맛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도 잇따른다. 가족들과 함께 신당동을 찾았다는 권모씨(53)는 “어릴 적 추억의 맛을 기대했는데 재료가 너무 부실했다”며 “20대인 아이들은 집에서 배달시켜 먹는 게 나을 뻔했다고 투덜댔다”고 전했다.
MZ세대는 ‘힙당동’으로
‘20~30대의 놀이터’로 불리는 길 건너편 ‘힙당동’이 급부상한 것도 떡볶이타운 쇠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요즘 MZ세대는 한 곳에서 음식, 디저트, 놀거리를 다 즐기는 걸 선호한다”며 “떡볶이만 있는 떡볶이타운보다 다채로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힙당동 상권에 더 많은 고객이 몰릴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힙당동에서 반건조 오징어로 유명한 신중앙시장 ‘옥경이네 건생선’, 또 다른 맛집 ‘계류관’ 앞에는 이날 저녁 무렵 각각 30명과 26명이 대기 중이었다. 이 지역에 가장 먼저 가게를 연 카페 아포테케리의 박남철 사장은 “코로나 때도 매출 타격이 거의 없었고 거리두기 조치가 끝난 올해는 손님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고 말했다.

급격한 상권 변화에 신당동 떡볶이타운 상인들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지난 3월에는 떡볶이를 형상화한 캐릭터 ‘덕복이’를 상권 브랜드로 선보였다. 상인들은 상가 임대 매물이 부족한 힙당동에 진입하지 못한 젊은 창업가들이 떡볶이타운으로 넘어와 개성 넘치는 가게 등을 선보이는 현상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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